송희준의 초현실주의(超現實主義)와 미지(未知)의 공간(空間)에 대한 사유(思惟)

소위 구상미술이라 불리어지는 현대미술의 양태가 가지는 커다란 담론은 사실 그 영역의 주류를 이루는 일반적인 리얼리즘의 맹위 아래서 변별력을 갖기가 용이하지 않다. 사실적인 재현으로 그치는 일반적인 리얼리스트의 작가 들이 대, 소의 미술 그룹들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한국 미술계의 실정 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송희준 작가의 작품은 인상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확실하게 범속한 리얼리즘과 차별화 되어 진다. 프로이트나 융의 심리학적인 개론이 시공(時空)을 달리하는 오브제의 합성을 이루는 초현실주의의 기조를 이루어 왔다면 21세기의 오늘은 기존의 텍스트가 갖는 고전적 의미 외에 이념과 시사성, 퍼브릭 아트의 발흥, 그리고 공리성의 미학이 대두 되어지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송희준 작가는 21세기를 영위하는 인류문명의 다양한 사상과 공간사물을 과장, 단순화, 변형, 함축화 하면서 초현실적인 형상을 추구하며 결과적으로는 미지의 공간에 대한 사유(思惟)를 유발시킨다. 이러한 사유의 컨텐츠는 문명사에 대한 비판일수도 있고, 시간과 공간의 편집을 통한 문학성의 표현일 수도 있고, 현란한 과학문명의 가치와 인간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게 되는 카오스일 수도 있으며, 지고지순한 서정성과는 다소 상반되는 공허함의 상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보이는 사물, 형이상학적인 개념과 인식의 형상들을 몽타쥬하고 편집하면서 절묘한 화면구성으로 연계시켜가는 작가의 방법론은 초현실적 이면서도 표현주의적인 광범위함의 조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고 오브제를 연출하는 작가 만의 방정식은 황금분할로 이어지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에서 상징적인 이미지 배열로 인하여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의 어느 시공을 접하는….  직접경험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착각을 유도해 내기도 한다. 이것은 뜻밖의 선험적인 효과이며, 서사시적인 문학성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정, 장방형의 캔버스와 융화되는 오브제의 배열, 비례와 방향성의 적량감, 상상력을 배가시키는 색상배열은 송희준 작가의 회화가 정착되는 기록성, 기념비적이고 재현적이며, 감성적인 묘사의 형식과는 거리를 두는 것임을 인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일찍이 ‘데포메이션 (Deformation)’이라는 변형의 미학은 표현주의의 미술사적인 맥락에 필연적으로 대두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특화된 형상성은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된다.

그밖에 민간 신화적인 문학성과 드라마틱한 화면 구성은 작품의 품격을 높여주는 원인으로 자리한다. 그리고 화려한 현대문명의 그늘에서 왜소해 질 수 밖에 없는 인간과, 간과 되어지는 인간성의 회복을 염원하는 작가의 의지가 보이는, 다소 다변화된 이미지의 설정도 감지되어 진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으로 심신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절규를 표현하는가 하면 내적인 열망을 제어, 조율하며 창조의 늪에서 유영하기도 한다. 즉, 반전사상이나 자유에 대한 숭고한 열망 등 공리적인 사상을 잘 짜여진 구조적인 형상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작가자신의 지적인 갈구나 창조적 조형성에 대한 의지의 소산으로써의 추출물이 작품일 수 있기를 작가 스스로가 희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송희준 작가의 방법론이 시공의 기록으로 만을 제작과정으로 하는 리얼리스트들의 시각의 관점으로는 다양한 항목의 이미지와 변형된 형상들의 구성, 낯 설은 공간으로 인하여 복잡 다난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명과 인간의 대위법적인 고찰, 역사성의 그늘에 은닉해 버리는 진실 등을 고찰하고 시각화 하는 작가의 조형성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염원하는 이시대 우리들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박 종철 : 미술평론 칼럼니스트.